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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삼성전자, 반도체가 끌고 LCD가 밀고

문차일 2010. 7. 7. 21:20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5조원 시대를 열며 질주하고 있다. 그 원동력으로는 단연 반도체가 꼽힌다.

7일 삼성전자의 각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반도체가 실적 잔치를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예상치는 2조5000억∼2조8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상회한다. 반도체는 1분기에도 1조9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체 영업이익의 44.4%를 차지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10년 만의 최대 호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PC 운영체제(OS) '윈도7'의 출시로 PC 교체 수요가 급증한 데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소형 터치스크린 PC)의 판매 증가로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더욱 늘어났다. 현재 공장을 풀가동해도 밀려드는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D램의 주력 제품인 DDR3 1기가비트(Gb)의 경우 지난해 9월 개당 1.72달러에 머물던 고정거래가격은 6월 말 현재 2.63달러로 치솟았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30.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장(사장)도 "올해까지는 D램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호황이 하반기에도 지속된다면 삼성전자 전체 실적도 계속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문에 11조원을 투자해 '절대강자' 입지를 굳히기로 했다. 수요가 확장되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한 발 앞선 투자로 경쟁사들과 격차를 더 벌린다는 복안이다.

이번에 반도체와 함께 LCD 부문도 수익성이 개선됐다. 1분기 LCD 부문 영업이익은 4900억원에 그쳤으나 업계에선 2분기 8000억원 안팎으로 회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LCD 패널 가격은 2분기 들어 전반적으로 떨어졌지만 발광다이오드(LED) TV와 3D TV 등 고가 제품용 패널 수요가 늘어난 덕분에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휴대전화와 TV 등 완제품 부문은 비수기 와중에 그럭저럭 버틴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정보통신(휴대전화) 부문 영업이익이 7300억원대, 디지털미디어(TV 등 가전) 부문은 84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안정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된 반도체, LCD 등 부품 분야의 업황이 하반기에도 호조를 보이고 완제품 부문도 비수기를 벗어난다면 삼성전자는 3, 4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에 경쟁력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 만큼 경제 상황이 특별히 나빠지지 않는다면 3분기에도 실적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매출 150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달성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다만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와 하반기 경기 상승세가 둔화되는 것이 변수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이날 삼성 사장단협의회에서 "경기 상승세가 하반기 들어 둔화될 것"이라며 "유럽의 재정위기와 중국의 금융긴축, 글로벌 금융불안 재연 우려, 미국의 소비부진 등이 경기 둔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도 2∼3%대 저성장 시대에 대비한 경영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