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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냐 환율이냐..오늘 금통위 촉각

문차일 2010. 10. 14. 06:54

- 소비자물가 8개월만에 3%대..정부도 "대응 강화해야"

- 금리인상시 환율하락 `가속화` 부담..못올리면 "실기했다" 비판도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한국은행은 14일 오전 9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10월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금통위의 가장 큰 쟁점은 물가와 환율이 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가 농수산물 가격 급등 영향으로 한은의 중심목표(3.0%)를 웃돌면서 금리인상의 명분은 커졌지만, 금리인상시 내외금리차를 노린 외국인자금이 몰려와 환율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어 금리인상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데일리가 최근 국내 금융기관 애널리스트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자들의 전망은 정확히 절반으로 갈렸다. 16명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한 전문가는 8명이었고, 동결을 예상한 전문가도 8명이었다. 그만큼 예측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 빨간불 켜진 물가..한은 중심목표 웃돌아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6% 상승해 8개월만에 3%대에 진입했다. 이상기온으로 농수산물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 컸다. 신선식품지수의 경우 전년동월대비 45.5% 급등해 지난 1990년 통계 작성이래 2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수치만 보면 당장 금리를 올린다해도 어색하지 않은 국면이다. 이미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한은의 전망치(2.8%)를 넘어섰고, 4분기에는 상승률이 3.2%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한은의 전망치를 넘어서고 있다. 한은은 내년 물가상승률이 3%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최근의 물가상승은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압력 증대에 기인한다기보다 일시적 공급충격의 영향이 커 경제 전반에 무차별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금리정책을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한은은 일단 물가가 뛰면 인플레 기대심리가 형성되기 때문에 공급충격이라 하더라도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통화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파급시차는 적어도 3분기가 걸리고 2년 뒤에나 그 효과가 최고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으로 물가상승이 우려된다면 지금부터라도 금리정책을 동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은은 현재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를 기록해 한은의 중심목표를 이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도 물가불안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13일)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최근 기상악화 등으로 채소류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물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채소류 물가 불안이 전반적인 물가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외적 리스크에서 대내적 리스크로 정부의 초점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신흥국 두드리는 글로벌 유동성..인상시 환율하락 압력 커질듯

문제는 환율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낮은 금리를 피해 신흥국으로 몰려드는 자금이 만만치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 리서치 자료를 인용한 자료를 보면 대만·인도·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아시아 6개국에서 지난 2008년 395억달러 가량의 자금이 회수됐으나 지난해는 644억달러, 올해 들어선 477억 달러가 유입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국내 상장주식 8조9000억원, 상장채권 53조7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금액은 외국인이 직접 매매한 경우만 해당돼 파생상품 등을 이용한 간접적 금액까지 포함하면 외국인의 자금유입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금리인상시 일시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는 것. 이 경우 경기회복을 떠받치고 있는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내수회복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선 섣불리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기 어렵다.



▲ 최근 달러-원 환율 하락폭이 컸지만,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현재 한은은 내외금리차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하지 않고, 우리뿐 아니라 다른나라 통화들도 동반 절상되고 있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처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큰 나라는 금리인상시 외국인 자금이 더 들어올지, 빠져나갈지 예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또 최근 환율하락폭이 크긴 했지만 다른 이머징 국가들 상황은 어떤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실기론 부각될수도..채권시장 "잃을게 없다"


한은 안팎에선 이달에 금리를 못올리면 앞으로 금리인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만만치않다. 실물경기만 보면 여전히 회복세라는 게 한은의 진단이지만, 최근 공개된 경제지표들은 경기둔화 가능성에 조금씩 힘을 실어주고 있다.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경기선행지수(전년동월비)가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하락폭이 전월보다 확대됐고,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8개월 만에 떨어졌다. 기업과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도 빠르게 식어 금리인상을 미루면 미룰수록 정책결정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여지가 있다.



▲ 채권시장은 최근 사상최저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채권금리를 끌어내렸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채권금리가 크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실제 한은의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채권시장은 그간 줄기차게 채권금리를 끌어내렸다. 어제는 금통위 경계감으로 조정을 받았지만 금리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 올려도 추가적인 인상 가능성이 크지 않은 이상 채권을 사도 손해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된 결과다.

최석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금통위 프리뷰` 보고서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하면 일시적으로 단기 영역의 시장금리가 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정책금리 인상의 지속성"이라며 "정책금리를 경제 상황에 맞게 꾸준하게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극히 낮은 이상 채권시장은 낮은 조달비용을 충분히 활용해 롱(매수) 플레이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