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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경영] 15년전으로 돌아간 `슈퍼엔高`

문차일 2010. 8. 27. 19:59

일본 엔화값이 15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 엔고 충격이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장중 한때 엔화값이 1달러에 83.60엔까지 올라가 1995년 6월 이래 최고 수준이 됐다.

이로 인해 일본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닛케이 평균주가지수가 1년4개월 만에 9000선이 무너졌다.

왜 엔화값 강세가 이어지는 것일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엔화를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가 안전자산으로서 위상을 잃은 데 원인이 있다.

또한 미국 제로금리 때문에 엔화를 빌려 미국 달러에 투자할 유인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미ㆍ일 간 금리차가 커지면서 달러 매도, 엔화 매수가 나타났다.

여기에 중국이 괴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6월 환율 변동폭을 확대한 이후 2조45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일본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중국 외환보유액 가운데 60~70%가 달러 표시 자산이다. 따라서 최근 미국 초저금리를 이용해 달러 자산을 팔고 엔화와 유로 자산으로 옮겨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슈퍼 엔고'가 연출되고 있다.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 때 엔화값은 6배 치솟았다. 이로 인해 일본 경제는 장기 침체로 돌아섰다. 지금도 상황이 비슷해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미국 경기 부진이다. 부동산 침체, 고용ㆍ소비 부진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엔화값은 초강세가 될 것이다. 세계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아니면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함으로써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 기업들은 이 같은 상황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어쨌든 엔고로 한국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무역적자가 300억달러를 넘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