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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먹구름..금융시장 `가시밭길'>(종합)

문차일 2010. 6. 7. 21:58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조재영 박상돈 홍정규 기자 = 남유럽 재정위기가 헝가리 등 동유럽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또다시 요동쳤다.

그러나 `헝가리 악재'가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위기론이 과장됐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사태가 확산되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 악재에 원화가치ㆍ주가 급락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34.10원 급등한 1,235.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26일(1,253.30원) 이후 7거래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장중 한때 42원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특히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당 1.20달러대 밑으로 떨어졌던 유로화는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1.18달러대까지 낙폭을 키우면서 원.달러 환율 급등을 부추겼다.

유럽 재정위기 전개 상황과 향후 국내외 주가 움직임에 따라 전 고점인 지난 5월 25일의 1,277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코스피지수는 26.16포인트(1.57%) 내린 1,637.97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10.59포인트(2.14%) 내린 483.12로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2천6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발행하는 외화채권의 신용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올랐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 4일 1.37%에서 7일 현재 1.45%에 거래되고 있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국가 신용도가 나빠져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 "헝가리 재정위기론 과장"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동유럽을 거쳐 유럽 전반으로 퍼질 것이라는 최근의 우려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헝가리는 이미 2008년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 재정 건전화가 진행돼 남유럽 국가들과 달리 적극적인 재정 지출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펴지 못했는데, 고위 당국자의 자국 재정에 대한 우려 섞인 발언이 전해졌다는 이유로 재정위기설이 제기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문용필 연구원은 "헝가리는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1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등 IMF가 제시한 재정건전성 목표치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수치상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여 당국자의 실수에 따른 해프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임 헝가리 경제장관인 교르지 마톨치는 이날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있었던 총리 대변인의 언론 인터뷰 내용에 대해 `어리석은 실수(blunders)'가 있었다고 해명하면서 "헝가리가 그리스와 다르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진화에 나섰다.

지난주 말 부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한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ㆍ통화담당 집행위원도 "헝가리의 재정 관련 상황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헝가리의 재정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익스포저(대외 채권)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수출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실화하면 출구전략 늦춰질수도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하면서 유럽 전체의 수요가 위축돼 동유럽 실물 경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헝가리를 비롯해 폴란드와 체코 등 동구권에서 비교적 경제 규모가 큰 이른바 `CE3(중부유럽 3국)'은 유로 지역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데, 유럽의 재정 긴축은 이들 국가의 수출에 악재가 되기 때문이다.

유로화를 쓰지 않는 이들 세 국가의 유로 지역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출에서 60% 안팎을 차지한다.

또한, 유럽의 수요 위축이 미국의 대 유럽 수출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세계 경기 회복세가 주춤해져 출구전략이 미뤄질 수 있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유럽의 재정위기가 미국 정책금리 인상시기를 늦출 것으로 내다봤다.

애초 올해 3분기부터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던 IB들은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야 올해 4분기, 늦으면 내년 1분기 이후가 될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경제연구본부장은 "사태가 스페인으로 확산되고 헝가리를 넘어 미국 등으로 퍼지면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10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헝가리 악재'가 없더라도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됐지만, 이 같은 금융시장의 빈번한 해외발 악재가 금리 인상 시점을 잡는 데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