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위기다. 대북사업 리스크가 확산되면서 재무리스크도 커진 것이다. 현정은 회장이 그룹의 키를 잡은 2003년 이후 수차례 위기를 접했지만 현 상황은 더 심각하다. 현대건설을 인수해 그룹의 적통(嫡統)을 이어가겠다는 뜻도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그룹은 대북 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2000년 자산총액 기준 재계 1위이던 현대그룹이 형제 간 계열분리 등을 겪으면서 규모가 축소되더니 10년 만에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채권금액 상위 3개 은행인 산업은행, 신한은행, 농협은 지난주 말 재무구조평가위원회를 서면으로 열어 이달 말까지 현대그룹과 재무구조 약정을 맺기로 의결했다. 외환은행 측은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가닥을 잡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손실 증가 등 재정 건전성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그룹 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상선이 지난해 최악의 해운시황으로 당기순손실 8065억원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이 284%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도 현대상선 영향을 받았다. 그동안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상선 지분을 꾸준히 매입했기 때문.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37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당기순손실이 2091억원에 달했다. 또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으로 크지 않지만 현대그룹을 상징하는 현대아산의 수익개선도 금강산 관광 중단 등 여파로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대아산은 지난해 29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재무구조 약정이 체결되면 현대그룹은 부채비율을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금융권이 지정한 재무 표준에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채권단 내 이견도 여전한 상황이다. 일부 채권은행들은 현대상선의 1분기 실적이 흑자전환된 만큼 자율협약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이날 공식적으로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아직 약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수준일 뿐 실제로 금융권과 약정을 맺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상선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해운업 시황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금융권에서 특정 기업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서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현대상선의 실적이 좋아질수록 그룹을 조여 왔던 실적 부진은 해소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서도 지난해 외국 업체들이 정부와 금융권 긴급 지원으로 살아나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구조약정 체결은 기업의 손발을 묶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부채비율이 200%대라고 하는데 외국 해운업계에 비하면 오히려 양호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금융당국의 의지는 단호하다. 결국 현대그룹으로서는 최근 북측의 금강산 민간 사업자 자산 동결에 이어 최대 위기에 몰리게 된 셈이다. 현대아산은 금강산지구에 6000억원 가량의 토지 및 사업권과 시설비용 2300억원을 투자했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대북사업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어려움이 있지만 충분히 극복 가능한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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