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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포르투갈도 구제금융說…다시 불붙는 유럽 위기

문차일 2010. 5. 5. 19:32
꺼진 줄 알았던 그리스 재정위기 불씨가 다시 살아나 유럽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특히 그리스 위기가 다른 유로존 국가로 확산돼 스페인 포르투갈 등 재정이 취약한 인근 국가도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는 염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유럽과 미국 증시에 충격을 더했다.

4일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FTSE 100지수는 2.56% 급락한 5411.11,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DAX지수는 2.60% 떨어진 6006.86으로 거래를 마쳤다. 유로화 가치는 5일 장중 유로당 약 1.29달러를 기록해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4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02% 떨어진 1만926.77로 거래를 마쳐 1만1000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이번 다우지수 낙폭은 약 3개월 만에 최대치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지급준비율을 인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긴축정책에 대한 염려도 세계 금융시장에 불안을 더했다.

위기 진앙지인 그리스 증시는 이날 6% 이상 폭락해 불안감을 그대로 보여줬다.

문제는 그리스 위기가 재정이 취약한 이웃 국가인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포르투갈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포인트 오른 4.23%에, 스페인 2년 만기 국채는 0.25%포인트 오른 2.16%에 마감했다.

그리스 위기가 다시 고개를 든 주요한 이유는 그리스 정부 재정적자 감축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일 그리스에 3년간 구제금융 1100억유로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그리스에 매우 엄격한 긴축 재정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가 연일 격해지는 시위 해결은 물론 재정적자 감축 약속도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염려가 나오게 된 것이다.

위기가 재발한 또 다른 이유는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 지원을 두고 서로 이견을 보이는 등 위기관리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탓도 무시할 수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00억유로 규모 지원안으로는 그리스 위기가 다른 유로존 국가로 확산되는 것을 못 막을 수도 있다고 전했는데 만일 그리스가 추가 지원안을 요구한다면 이를 두고 다시 유럽 국가들이 갈등에 빠질 수 있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지금보다 더 까다로운 그리스 지원 조건을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위기 재발 원인은 그리스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날 그리스에선 시위대가 정부 측 긴축정책에 반발하며 아테네 도심을 점거하는 등 시위가 격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게다가 재정위기에 책임이 있는 그리스 정부 리더십 부재가 위기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