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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증시 ‘우수수’..불거지는 도미노 위기론

문차일 2010. 4. 28. 20:57

그리스, 포르투갈의 신용등급 추락이 유로권 전반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 & P)로부터 '정크본드' 수준으로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그리스는 물론이고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안심했던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이 한꺼번에 2단계나 추락하면서 국가채무 위기가 유로권 전반으로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S & P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촉발된 금융시장 혼란은 27일 미국과 유럽 증시를 강타한 뒤 28일 아시아 시장으로도 이어져 도쿄 증시 등이 초반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다만 장 후반으로 갈수록 강도가 약해지며 낙폭이 줄어 시장이 다소 진정되는 듯한 흐름을 보였다.

■출렁이는 금융시장

1년이 넘는 장기 강세장에도 불구하고 추가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오던 주식시장은 유로권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위험이 높아지면서 조정국면에 진입했다.

27일 유럽증시가 3%대 급락세로 마감한 데 이어 뉴욕증시 역시 2%대 하락세로 장을 마쳤고 유로화 하락과 상대적인 달러 강세 전망, 수요 감소 우려가 겹치며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위기 확산의 진원지인 유로 회원국들의 국채에 대해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이들 국채 가격은 급락했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2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4.87%포인트 폭등한 18.71%까지 치솟았다.

또 포르투갈 국채 금리 역시 1.17%포인트 급등한 5.36%로 뛰어올랐다.

포르투갈, 그리스와 함께 이번 국가채무 위기에서 이른바 유럽의 'PIGS'로 불리는 이탈리아, 스페인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각각 0.31%포인트, 0.15%포인트 뛴 1.82%, 2.11%로 상승했다.

28일 아시아 시장에서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 225지수는 2.57% 급락한 1만924.79로 마감됐지만 장중 2% 넘게 하락했던 한국 코스피지수는 0.89% 하락한 1733.91로 장을 마쳤다. 중국 증시상하이종합지수는 7.60포인트, 0.26% 하락한 2900.33으로 마감하며 '선방'했다.

■유로권 국채위기 도미노(?)

그리스가 정크본드 수준으로 국가 신용등급이 추락한 뒤 곧바로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이 2단계 추락하면서 포르투갈이 '제2의 그리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포르투갈 정부는 국제 투기세력의 모함이라며 펄펄 뛰지만 '연쇄 도미노'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서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그리스보다 더 많은 부채 부담을 안고 있으며 10년 평균 성장률도 그리스에 뒤지는 포르투갈이 그리스에 이어 국채 위기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전망이다.

특히 포르투갈 경제는 성장률이 정체 상태에 있어 신용등급 강등으로 높아진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BNP파리바의 유로권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케네스 워트렛은 "포르투갈을 걱정하는 것은 공공부채 비율이 특이할 정도로 높아서가 아니라 포르투갈 경제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포르투갈을 '두드러지게 취약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분류했다.

■유로화 붕괴로 가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듯했던 그리스 국채 위기가 신용등급 추락으로 다시 불거지고 '잠재적 위험국가'로 분류됐던 국가 가운데 하나인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이 2단계 강등되면서 유로화 체제가 붕괴되지 않겠느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유로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이번에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추락하고 포르투갈도 2단계 강등이라는 수모를 겪으면서 유로권 전반으로 확산될 위험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회의론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애초에 경제력 규모가 크게 차이나는 북유럽과 남유럽 국가들이 단일 통화권으로 묶이면서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상대적으로 재정운용이 방만하고 경제 규모가 처지는 회원국들은 국채시장에서 독일, 네덜란드 등 엄격한 재정운용 방침을 갖고 있는 국가들과 비슷한 금리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어부지리'를 취해 왔다.

그러나 최근 그리스 국채 위기로 회원국 간 국채 금리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지면서 단일 통화권이 무색한 지경이 됐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유로가 공중분해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고 상품투자로 유명한 짐 로저스도 15∼20년 뒤 유로화가 쪼개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도쿄 소시에테제네랄자산운용의 요시노 아키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가채무 문제가 확산될 기미를 보이면서 달러를 대체할 새 기축통화로 유로의 전망이 어둡게 됐다"고 말했다.

■트리셰 총재 "유로권 디폴트 안 간다"

신용등급 추락으로 유로권 붕괴 얘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미국을 방문 중인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시카고에서 "유로권의 디폴트는 논의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며 그리스가 디폴트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앞서 그리스는 3주 안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할 경우 채무이행 기한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조속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디폴트로 갈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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