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에 꾸준히 '차화정(자동차ㆍ화학ㆍ정유)' 주식을 담고 있다." "이미 자동차는 충분히 비중을 늘렸다. 이제 화학ㆍ정유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2011년 모멘텀 투자(시장 분위기에 따라 추격매매하는 투자방식) 펀드매니저들로부터 들었을 법한 얘기가 지금 가치투자(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방식) 대가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허남권 신영증권 전무와 최웅필 KB자산운용 이사 등 국내 대표 가치투자자들이 이른바 '차화정'을 펀드에 담고 있다. 2010~2011년 중반 차화정 '열풍'이 뜨겁던 시절에도 경기민감주를 멀리했던 그들이다.
국내 대표 가치투자가인 허남권 전무는 19일 "과거 대표 성장주였던 차화정이 주가 급락으로 인해 지금은 가치주가 됐다"며 "운용하고 있는 펀드에 꾸준히 편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차화정에 주목한 것은 그만큼 주가가 떨어져 가격보다 가치가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차화정 신드롬을 이끌었던 현대차, 롯데케미칼,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고점 대비 최소 30% 이상 빠졌다.
가치투자가들의 차화정 사랑은 자동차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현대자동차 주가가 19만~20만원까지 떨어져 주가수익비율(PER) 6배까지 내려오자 비중을 늘리기 시작한 것.
이채원 부사장은 "펀드에 자동차를 많이 편입했었고 지금은 주가가 올라와 많이 늘릴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주가는 올해 초 엔저, 리콜 등 이슈로 시름을 앓다가 현재는 연초 이후 1만원 가까이 오른 22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가치투자가들은 시장에서 소외돼 있는 화학, 정유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최웅필 이사는 화학주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지속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최 이사가 운용하는 'KB밸류포커스' 펀드는 보유하고 있는 103개 주식 중 코오롱인더(4.54%, 5월 초 기준)를 4번째로 많이 담고 있다.
허남권 전무는 화학주 중 롯데케미칼에 주목하고 있다. 2011년 7월 차화정 대표주로 장중 47만원까지 올라섰던 롯데케미칼은 현재 14만~15만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 원유가 상승으로 관심을 받아 오른 것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3배 수준으로 주가가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영자산운용의 대표 펀드 중 하나인 '신영마라톤A 1(주식)'은 현대차우(7.63%), 삼천리(1.98%), E1(1.87%), LG화학우(1.80%) 등을 담고 있다.
이채원 부사장은 "아직 화학주를 사진 않았지만 바닥을 확인한다면 LG화학을 매수하고 싶다"며 "화학 등 경기민감주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LG화학, 금호석유 등은 현재 PBR이 1배 이상이다.
그러나 차화정이 가치투자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가치주의 정의에 '싼 가격' 말고도 앞으로의 '성장잠재력'이 들어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자동차를 제외한 화학과 정유 분야는 전문가 사이에 큰 시각 차이가 있다.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전무는 "기업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주가가 반영 못하고 있을 때 가치주로 평가받고 장기적으로 잠재력이 드러날 때 수익실현을 하는 게 가치 투자의 원리"라며 "그런 면에서 화학, 정유를 가치주라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화학이나 정유는 미래가 없는 산업"이라며 "미국이 자체 에너지 인프라를 확보하고 자국 내 제품 생산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기는 안갯속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타격을 크게 받는 게 한국의 화학, 정유 업종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2011년 급격한 상승은 중국 소비 증가로 인한 것이었을 뿐 잠재 가치가 발현된 것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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