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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주식투자 상위 1%가 시가총액의 82% 보유

문차일 2013. 7. 23. 09:29

중산층 몰락이라는 사회 양극화의 그늘이 국내 주식시장에도 짙게 드리우고 있다. 7년 만에 주식투자 인구가 줄고, 투자자의 양극화도 심해졌다. 5억원 이상 고액 투자자 수는 전체의 1%지만, 이들의 보유주식 비중은 80%를 넘어섰다.

한국거래소가 22일 발표한 '2012년 주식투자 인구 및 투자자별 주식보유 현황 조사'를 보면, 지난해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는 502만명이었다. 2011년보다 5.1% 감소한 수치로 2005년 이후로 7년 만에 처음으로 주식투자 인구가 감소했다.

주식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5.9% 감소해 코스닥시장(-1.0%)보다 두드러졌다.

이충연 거래소 조사연구팀장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제 이슈에 국내 주식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직접적인 주식투자보다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 투자자 감소는 사회 양극화 영향으로 분석할 수 있다.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여유 자산을 굴릴 수 있는 계층이 줄어들자 주식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개미'가 감소한 것이다.

거래소 자료를 보면 5억원 이상 고액 투자자는 5만1000명으로 전체 투자자의 1%에 그쳤지만 이들은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81.8%를 보유했다. 전년과 비교해 비중이 2.2% 늘어났다. 반면 1000만원 미만의 소액 투자자는 302만7000명으로 전체 주식 참여자의 60.4%로 다수를 차지했지만 이들이 가진 시가총액은 1.1%에 불과했다. 전년에 비해 0.3% 줄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짙어진 셈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선임위원은 "주식시장이 몇 년간 좋지 않다보니 소액 투자자가 시장을 떠나고 있다"며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이 늘지 않고 부채 부담이 있어 금융자산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재웅 동양증권 연구원은 "1990년대에는 70%를 차지하던 중산층 비중이 최근 60% 초반까지 하락했다. 빈익빈 부익부는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주는데, 개인투자자도 고액 투자자와 소액 투자자로 양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 양극화는 증권업계의 영업 전선에서도 나타난다. 고액 투자자 중심으로 영업을 잘하는 증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로 나뉘어 영업 수익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액 투자자는 점점 수수료가 저렴한 인터넷 중심의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젊은 사람은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하다보니까 수수료를 받을 수 없고, 과거에 비해 주식시장도 안 좋아 개미들이 자취를 감췄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고액 고객에게 점점 집중하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