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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人 바이코리아 '이상징후' 왜>

문차일 2011. 1. 18. 20:19

20주만에 순매도 전환…"亞신흥국 인플레 영향"

`단기투기 자금 이탈' vs '매수기조 중단판단 일러'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국내 증시에서 쉼 없이 이어지던 외국인의 매수 기조가 주춤해졌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주 98억원을 순매도하며 20주만에 `팔자'로 돌아섰고 이번 주 들어서도 17일 359억원, 18일 248억원을 순매도했다.

자문형 랩(Wrap)을 중심으로 개인 자금이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외국인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인플레 영향 단기투기자금 이탈 가능성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매도 기조로 돌아섰다고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일부 단기투기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우선 외국인 `바이코리아'가 주춤해진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이 꼽힌다.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상당한 불확실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은 상장사의 비용 부담을 높여 수익을 압박하고 통화 긴축으로 이어지면서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홍순표 연구원은 "2000년 이후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5%를 밑도는 시점에는 외국인이 순매수했지만, 물가상승률이 3.5%를 웃돌면 순매도로 돌아섰다"며 "지난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는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 랠리가 가파르게 진행된 점도 외국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코스피가 2,100선으로 오르면서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를 넘어섰다.

현대증권 유수민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코스피 PER가 10배에 이르는 시점에서 외국인 매수가 둔화됐다"고 전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환율이 떨어지면서 국내 상장사의 수익을 압박하는 점도 외국인에 경계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신흥국과 차별화…매수기조 중단 판단 성급

물론 외국인의 매수 기조가 중단됐다고 판단하기는 성급하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덜한 상황이고 상장사들의 이익 구조도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을 일반적인 신흥국과 차별화하는 시각도 있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은 `브릭스'와 한국 등을 묶어 새로운 개념을 내놓을 예정이다.

오닐 회장은 2001년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 브릭스(BRICs)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최근 멕시코와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등 4개국을 '믹트(MIKT)'로 지칭하며 자신의 '성장 국가' 목록에 추가했다.

무엇보다 아직은 미국의 양적완화(유동성 공급) 기조가 바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움직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통화정책의 향방"이라 말했다.

다만, 기관이나 가계자금의 증시 유입이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매수가 둔화하면 증시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정보센터장은 "랩을 비롯한 개인 자금은 외국인이나 기관에 비해 투자기간이 짧다"며 "증시가 안정적으로 랠리를 이어가려면 외국인과 연기금 자금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