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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나라빚 117조 드러났다…재정통계 개편후 476조원

문차일 2011. 1. 4. 18:19
2011년 회계분부터 채택할 국제기준 재정통계 방식에 따를 경우 나랏빚이 기존 발표에 비해 무려 100조원 이상 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5% 선까지 급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 중 9번째로 양호했던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중위권(16위)으로 추락할 전망이다.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와 향후 통일 비용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재정 건전성을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4일 매일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기획재정부의 '재정통계 개편안'에 따르면 359조6000억원(2009년 말 기준)인 국가채무가 새 기준 적용 시 476조8000억원으로 117조2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3.8%에서 44.9%로 11.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OECD 평균인 53.4%보다는 낮지만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46.1%) 아일랜드(46.0%)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나랏빚이 이처럼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정부가 그동안 국가채무로 분류하지 않던 100여 개 공공기관의 빚을 새롭게 부채에 포함시킨 탓이다. 정부는 원가보상률이 50%를 밑돌아 사실상 정부 일을 대행만 하는 공공기관 빚을 국가채무에 편입시킨다는 방침이다. 또한 기존에 잡히지 않던 선수금과 미지급금 등도 새 기준에 따라 나랏빚에 포함시켰다.

이는 정부 재정통계가 올해부터 기존 '현금주의'에서 기업에서 쓰는 것과 같은 '발생주의'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발생주의 방식의 재정통계는 2001년 국제통화기금(IMF)이 기준을 제시한 이래 김대중 정부 때 검토를 거쳐 노무현 정부 때 2011회계연도부터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독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가 회계에 발생주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15개국도 발생주의 원칙을 도입했다. 우리 정부가 큰 폭의 국가채무 증가가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회계기준 개편을 단행한 것은 미래 재정 위험 요인을 인식하고 대비하려는 차원이다.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해 10년 후에는 국가채무가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며 "앞으로 복지 지출 내역을 면밀히 따져 지출 우선순위를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발생주의 회계 : 현금을 주고받는 행위가 있을 때만 회계처리를 하는 현금주의와 달리 발생주의는 수익이 실현되거나 비용이 발생했을 때 현금 수수가 없더라도 회계처리를 하는 방식이다. 기업들은 이미 발생주의 회계를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