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났다면 11월 가기 전 '금 통장' 깨라

[[머니위크]골드뱅킹 '세금 폭탄' 어쩌나?]

골드뱅킹(Gold banking) 가입자들의 얼굴이 누렇게 뜨게 생겼다. 그간 비과세 상품으로 각광 받았던 골드뱅킹의 과세 소식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일단 은행은 초강수를 뒀다.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신한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 3개 은행은 15일 과세 방침이 알려진 직후 골드뱅킹의 신규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논란의 핵심은 이번 골드뱅킹 과세가 지난 2009년 2월4일 이후 실현된 매매차익에 대해 소득세 15.4%를 소급 적용 한다는 것. 그간 비과세로 알고 거래하던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연말을 앞두고 느닷없이 터진 골드뱅킹 '세금 폭탄', 이 난관을 어떻게 뚫어야 할까?

◆ 비과세라더니, 갑자기 '과세' 왜?

"얼마 전에 은행에서 온 메일을 확인했는데, 골드뱅킹 이자소득세 소급적용에 관한 내용이 있네요. 이게 뭔가 읽어보고 상담사와 전화를 해봤지만, 어떤 일이든 기준일이라는 게 있는데 무조건 소급 적용이라니 무슨 법이 이런가 싶네요."

인터넷 재테크 카페에 올라져 있는 '골드뱅킹 해지 직전'이라는 한 가입자의 사연이다. 최근 금값 상승으로 골드뱅킹에 몰려들었던 투자자들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이번 사태의 발단은 기획재정부의 새로운 유권해석에 따른 것이다.

과세의 근거가 된 규정은 지난해 2월 시행된 소득세법 시행령 제26조 3조항. '기초자산 가격의 변동과 연계해 미리 정해진 방법에 따라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계약상의 권리를 나타내는 증권·증서에서 발생한 수익의 분배금은 배당소득에 포함된다'는 규정이다.

국세청이 지난 9월 골드뱅킹이 이 조항에 해당되는지 기획재정부에 질의했고, 기획재정부는 최근 열린 국세예규심사위원회에서 골드뱅킹을 과세 대상으로 결정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소급 과세다. 과세 적용을 유권 해석 이후가 아닌 2009년 1월1일 이후 발생한 소득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9년 1월1일 이후에 발생한 이득에 대해 (같은 해) 2월4일 이후 골드뱅킹을 인출 또는 해지할 경우에는 이익 중 15.4%(배당소득세 14%, 주민세 1.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은행 관계자들은 "골드뱅킹 투자자의 90% 이상이 1000만원 미만의 소액 투자자(이중 70% 가까이는 100만원 미만의 초소액 거래자)"라며 "서민들이 한푼두푼 모은 금에 대해 '미래 과세'가 아닌 '소급 과세'를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 과세 피하려면 11월 말 이전에 출금·해지

과세 영향은 '시기'에 따라 좌우된다. 2009년 1월1일 전에 거래한 경우에는 이전 이익은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다. 단 2009년 이후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지난해와 올해 금값이 크게 오른 점을 감안할 때 대부분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통장을 해지한 경우라도 2009년 2월4일 이후 찾아간 경우라면 과세 대상이다.

그러나 11월이 가기 전에 해지한다면 대부분 세금 폭탄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국내 골드뱅킹 시장의 90% 이상을 점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세금 전액을 은행 측이 보전해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신한은행 측은 골드뱅킹 원천징수에 대해 "오는 11월30일까지 출금 해지돼 발생되는 세금에 대해서는 고객의 경제적 손실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공지했다. 다만 12월1일 이후 출금·해지돼 발생되는 세금은 관련 법규에 의거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

◆ 골드투자 대안은?

"세금 때문에 해지해야 하는 거야?"

금에 장기투자하려는 계획으로 3년 전부터 골드뱅킹을 거래해 온 C씨는 과세 부과 방침 이후 계획에 없던 해지 문제로 고민 중이다. C씨는 "세금 문제만 본다면 해지를 서두르는 것이 답이겠지만, 냉정히 보면 미래 금의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것인데 세금 때문에 여기서 금 투자를 접는 것이 바람직한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골드뱅킹의 가입 시점과 수익 상황을 따져보라고 조언했다.

한 은행 전문가는 "골드뱅킹에 가입한 지 오래돼 이익이 많이 난 투자자라면 11월 말 이전에 해지하고, 12월에 새로 가입하든지 다른 금융상품으로 갈아타는 방법을 고민해 볼 것"을 제안했다.

단 가입한 지 얼마 안됐거나 거래가 적어 이익이 미미한 경우이라면, 세금 부담도 크지 않으므로 해지 및 출금에 좀 더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은 "경기가 상승세든 하락세든 확실한 추세 전환이 되기까지는 금의 상승세는 유효할 것"이라면서 "금의 가격 상승 매력을 느끼기에는 과세 약점이 발생해도 골드뱅킹이 여전히 효율적인 투자대상"이라고 말했다. 골드바(금괴) 등을 이용한 실물 거래는 실물 매매 금액의 10%라는 부가세가 붙기 때문에 거액 고객이 상속 목적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재테크 수단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미 급등한 금 가격이 부담이라면 틈새 상품을 노려볼 만하다. 임상빈 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은 "원금은 보존되면서 금 가격의 상승에 따른 기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금DLS(파생상품연계증권)가 변동성이 높아진 시기 투자 대안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DLS는 가입시점에 기준지수를 확정하고 만기 또는 특정 시점의 지수와 비교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예정된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기초 자산이 다르다는 점을 빼면 ELS와 유사하다. 단 금DLS는 판매기간이 3~4일 정도로 짧고, 몇개월마다 간간이 출시될 뿐이어서 자주 접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