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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복잡한 수읽기

문차일 2010. 6. 6. 21:59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윤선희 조재영 최현석 기자 = 6월 중순 정부의 지분 매각공고를 시작으로 민영화 절차에 들어가는 우리금융지주를 둘러싸고 복잡한 수읽기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규모를 극대화하면서도 우리은행 민영화를 조기에 마무리짓고,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대의명분에도 부합하는 방향으로 지분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인수후보로 분류되는 금융회사들은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매각절차가 진행되길 희망하고 있다.

각각의 사정에 따라선 합병이 아닌 계열사 분리매입이나 지분 분산매입을 선호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인 우리금융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분을 분산 매각해 우선 민영화한 뒤 나중에 합병 등을 고려해 보자는게 우리금융의 입장이다.

◇정부 "모든 가능성 열려 있어"

정부는 일단 우리금융의 민영화 방식을 시장의 선택에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지분 일괄매각이나 분산매각 등 민영화 방식을 정부가 결정하지 않고, 입찰희망자 스스로 결정토록 하겠다는 것.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어떤 제안들이 나오는지 먼저 확인한 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원칙에 따라 최선의 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원할 경우엔 합병안을, 지분 일부에 대해서만 매입 의사가 있을 경우엔 규모와 가격을 정부에 제출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여러 제안 가운데 가장 유리한 안을 내놓는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정부 소유 지분을 일괄적으로 매입하겠다는 제안이 없고 지분 일부만 매입하겠다는 제안들이 접수될 때는 가격이 높은 순으로 우선 협상대상자를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선 포스코 등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적용됐던 지분 분산매각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소유가 된 우리금융의 민영화와 태생부터 공기업이었던 포스코의 민영화를 동일하게 다뤄서는 안된다는 것. 우리금융 민영화의 경우 공적자금 회수규모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는 지분 분산매각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한 확실한 지배주주없이 다수의 투자자들이 소유하는 `주인없는' 은행이 탄생하는 것도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선 지분 분산매각 방식이 채택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분 분산매각 방식은 현재 지배구조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우리금융에게만 유리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인수후보들의 물밑 움직임

인수후보들은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물밑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일부 금융회사들이 지분 분산매각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들 가운데선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이 선임되면 인수.합병(M & 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은행이 국내 최대 은행이지만 소매금융 전문은행인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 간 합병으로 탄생해 기업금융에 대한 약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이지만 당국이 우리금융의 조기 매각에 나서면 외환은행에서 우리금융 쪽으로 관심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KB금융의 계열사 가운데 KB투자증권과 KB생명 등 비은행 계열사의 규모가 작은 점도 M & A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KB투자증권의 총자산은 3월말 현재 1조8천600억원으로 KB금융 총자산 325조6천억원의 0.6%에 불과하며 18조4천억원인 우리투자증권에 비해서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KB금융 회장 후보 가운데 한 명인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은 최근 해외 대형 공사 수주와 관련한 보증을 설 수 있는 세계 50위권 은행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지주국제금융시장의 동향과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 등을 지켜보고 M & A에 대한 방향을 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6월 중순 이후에 정부의 방향이 정해지면 합병에 대한 가닥을 잡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M & A에 관련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1998년부터 충청.보람.서울 은행을 연이어 M & A한 경험이 있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올해를 M & A 적기로 꼽고 있다. 올해를 넘기면 은행권 M & A는 물건너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 경쟁에 뛰어들 경우 우리금융과 주식교환을 통해 합병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나머지 자회사들을 합병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사모펀드(PEF)를 통해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6.2 지방선거'가 여당의 패배로 끝난 상황에서 우리금융 등의 은행권 M & A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