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발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난타하고 있다.
유럽 시장의 충격은 곧바로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옮겨가고, 이는 다시 태평양을 넘어와 아시아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위기는 일시적 충격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제2의 리먼 사태로 확산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전자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 그러나 사태의 근원이 금융위기 이후 과도하게 집행된 재정지출의 후폭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 리먼사태가 세계경제를 단시간에 깊숙이 베었다면, 남유럽발 위기의 후유증은 장기간에 걸쳐 되풀이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혼돈의 미국
미국 시카고의 선물거래소에서 6일(현지시간) 한 트레이더가 주가가 폭락하자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시카고 | AP연합뉴스
◇위기감 원인은 '전염성' 여부=금융시장 요동의 근저에는 그리스발 위기가 포르투갈, 스페인 등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위험국으로 지목된 국가들의 기초체력이 좋지 않고, 유로존이 위기에 대한 대응능력이 취약하다는 점도 사태의 조기해결에 대한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유로존의 대주주인 독일과 영국은 그동안 선거 정국이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가 긴축안을 가결했지만 정치·사회적 혼란으로 이행할 수 있을지에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투자자의 공포심리를 나타내는 시카고 옵션거래소의 변동성(VIX)지수는 6일 전일대비 31.67%나 급등한 32.80포인트를 기록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리먼 사태와 비교=위기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 대형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채권부도위험)이 크게 오르고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은행간 거래도 경색되고 있다. 신용시장 경색도를 보여주는 리보금리(런던은행간 금리·3개월물)는 13거래일 연속 오르며 6일 현재 0.377%로 지난해 8월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유로화 가치는 연일 하락하면서 6일(현지시간) 현재 1유로당 1.27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유럽위기가 제2의 리먼사태로 비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위원은 "리먼 사태는 시장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큰 충격을 한꺼번에 맞은 것이지만 유럽발 위기는 이미 알려진 문제들이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는 형국"이라며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유럽 내에 국한된 문제로 리먼 사태처럼 전 세계가 얽힌 부분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향방은=전문가들은 영국과 독일 등의 정치일정이 마무리 국면이라는 점을 들어 수습작업이 속도를 내면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 박효진 연구원은 "7일의 영국총선에서 재정적자에 대한 대처의지가 높은 보수당이 승리하고, 독일 지방선거도 9일 마무리되면 위기에 대한 대처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MC증권 이영원 수석연구위원은 "재정지원을 통한 문제의 수습이 유로체제를 유지할 유일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정책 집행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위기를 전 세계 재정적자에 대한 경고음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송태정 박사는 이번 사태의 의미를 "글로벌 재정적자의 대복수"라고 표현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국채를 발행하는 등 거의 동일한 부양정책을 폈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해결하지 않으면 언젠가 어느 곳에서도 위기를 받아줄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 이윤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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