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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공룡 '하이트진로'.."주류시장 판도 바꾼다"

문차일 2011. 4. 8. 14:31

[머니투데이 원종태기자]





국내 맥주·소주시장의 최대 기업인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합병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지금까지 하이트맥주는 맥주만, 진로는 소주만 팔았지만 이제는 하이트진로라는 거대기업이 탄생해 맥주와 소주를 아우르며 시장 판도를 뒤흔들 조짐이다.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전격적으로 합병할 수 있는 배경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하이트맥주가 3조4100억원을 주고 진로를 인수했을 때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요한 단서를 하나 달았다. 주류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 향후 5년간 통합 영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이트맥주는 맥주만, 진로는 소주만 팔라는 주문이었다.

◇하이트맥주·진로 합병, 주류시장 공룡 탄생=

공정위의 이 단서는 지난해 12월 말로 해제됐다. 올해부터 하이트맥주와 진로는 영업조직을 통합할 수 있게 돼 하이트맥주 영업사원이 참이슬 소주를 팔거나, 진로 영업사원이 맥스 맥주를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류업계에서는 이 같은 통합 영업이 굉장한 시너지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 오비맥주 이호림 사장이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통합 영업이 시작되는 2011년부터 오비맥주 영업도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올해 하이트맥주와 진로는 조용했다. 통합 영업은 허용됐지만 하이트맥주와 진로 시장 점유율이 좀처럼 증가세를 보이지 않았다. 통합 영업 시너지를 기대하던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의문은 8일 풀렸다. 하이트-진로그룹은 통합 영업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영업망을 합치거나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기업을 한데 묶어버린 것이다.

◇판관비는 줄이고, 영업은 시너지 기대=

하이트진로의 탄생은 한국 주류시장 판도도 뒤흔들 전망이다. 지난해 진로는 7055억원, 하이트맥주는 1조223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합병기업인 하이트진로가 출범하면 매출액이 2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단순히 몸집만 커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따로 따로 부담했던 판매비와 관리비 등도 대폭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하이트맥주의 판관비는 3762억원으로 이중 광고선전비 1065억원, 운반비 449억원, 판매촉진비 304억원, 시장조사비 55억원, 시장개척비 26억원 등을 썼다.

진로도 지난해 판관비 규모가 2067억원인데 광고선전비 502억원, 판매촉진비 61억원, 운반비 236억원 등이다. 이 두 기업은 합병이후 판관비를 더욱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다.

◇한 품목만 파는 주류업계 "벌써부터 점유율 걱정"=

더 중요한 것은 영업 시너지다. 주류업계가 하이트진로의 탄생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참이슬 소주가 약한 지역에서는 하이트맥주로, 하이트맥주가 약한 지역에서는 참이슬 소주로 보완할 수 있어서다.

단적인 예가 서울 수도권이다. 서울 수도권에서는 참이슬이 강세를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하이트맥주는 판매 약세다. 그러나 앞으로 하이트진로가 탄생하면 서울 수도권에서 참이슬을 전면에 내세우며 하이트맥주 판매도 더 늘릴 수 있다.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각각 보유하고 있던 영업점이나 물류센터 등도 합병이후 통폐합되며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통폐합 이후 매각 가능한 유휴 부동산도 넘쳐날 수 있다.

하이트-진로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하이트맥주와 진로는 단순 공동영업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취약 지역의 공동 영업 뿐 아니라 영업조직 단일화 과정에서 나오는 잉여 인력을 특판 영업 등으로 돌려 판매량을 더욱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진로는 이미 지난해말 직원 150여명의 명예퇴직을 단행해 조직을 한결 슬림화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도 하이트맥주와의 합병을 노린 사전 작업이었던 셈이다.

주류업계는 벌써부터 하이트진로의 탄생을 우려하고 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늘어난 영업비용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공동 마케팅을 벌인다면 소주나 맥주 한 품목만 파는 경쟁사는 점유율을 뺏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