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페소화 폭락 이후 불거진 신흥국 금융 불안의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혼란에 빠졌다. 고공 행진을 펼치던 미국과 유럽 증시가 지난 주말 2%대 급락세를 보인 데 이어, 27일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각국 증시가 일제히 1~2%씩 떨어졌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작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테이퍼링(tapering·양적 완화 축소) 예고 발언 직후 글로벌 증시가 패닉에 빠진 상황을 연상케 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테이퍼링 한 달째를 맞아 신흥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금융 불안이 제3의 글로벌 금융 위기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불길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아이엠투자증권의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테이퍼링이 실시된 지 한 달도 안 돼 또다시 글로벌 경제가 대혼돈에 빠져들고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의 1차 폭풍이 미국발(發)이었고, 2차가 유럽발이었다면, 이제 신흥국발인 3차 폭풍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투자사인 하이타워글로벌인베스트먼트의 고위 간부 마디아스 쿠르메이는 "전 세계 경제는 이전 금융 위기 때에 비해 위기 상황에 더 잘 대비가 돼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 발발 가능성을 일축했다.
◇작년 5월 버냉키 쇼크 때와 닮은 점, 다른 점
작년 5월 버냉키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먼 사태로 빚어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5년 가까이 글로벌 경제의 돈줄 역할을 하던 양적 완화 정책을 중단할 수 있다고 처음 밝힌 것이다. 당장 신흥국 증시가 요동쳤다. 이번엔 당시 상황과 닮았으면서도 다른 면이 있다.
두 사례 모두 미국의 양적 완화 이슈로 인해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고 환율이 출렁거렸다는 점에선 같다. 미국은 금융 위기 이후 3조달러(약 3200조원) 가까운 돈을 풀어서 경기 부양을 해왔다. 앞으로 테이퍼링을 하게 되면 시중에 풀리게 되는 돈이 그만큼 줄게 된다. 시장은 이를 긴축으로 받아들여 결국 미국 금리가 오르게 되는데, 이 경우 신흥국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돼 있던 미국 달러가 다시 미국 금융시장으로 환류한다. 그 결과 신흥국의 금융시장은 대혼란을 겪게 된다. 작년 5월 테이퍼링 예고 발언 이후 이머징마켓 펀드에서 480억달러(약 52조원)가 빠져나갔다. 이번 경우는 환율이나 증시 등락폭을 봤을 때엔 작년 5월 버냉키 쇼크보다는 덜 충격적이었다. 당시 일본 증시는 7% 이상 폭락했었다. 그러나 작년 5월엔 테이퍼링이 시작되기 전이었고, 지금은 이미 테이퍼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삼성증권 오현석 이사는 "테이퍼링은 철저히 미국의 페이스대로 갈 것이며 신흥시장이 어렵다고 테이퍼링을 중단하거나 속도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금융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당수 전문가들이 이번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우선 테이퍼링을 포함한 미국의 출구전략은 갈 길이 멀고, 이제 갓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인데, 벌써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테이퍼링 강도가 강해지고, 내년 이후 금리까지 오를 경우 신흥시장과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충격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이번 신흥국발 금융 불안이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측은 "신흥국 위기가 다국적 기업들의 실적 악화를 초래하고, 다국적 기업의 본거지인 주요 선진국에도 악영향을 미쳐 결국 글로벌 경제 전체의 위축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반면 상당수 신흥국들이 이전 글로벌 위기 때보다 외환보유고 등의 재정 상태가 건전한 데다 향후 신흥국 사이에서도 '옥석(玉石) 가리기'가 시작돼 글로벌 위기로까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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